[중고등학생이 미리 알면 좋을 현실 직무 이해 - 공무원]

2025년, 지방직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역대 최저를 찍었다. 한때 수십 대 일을 넘나들던 이 시험이 이제는 8대 1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건,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이 안정을 덜 추구해서'가 아니다. 이 직업이 가진 진짜 무게를 사람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국가직은 소폭 상승했는데, 이는 이제는 공무원 이라고 다 같이 보는 것이 아니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 직업은 '철밥통'이 아니라 '사회의 방파제'다. 공무원은 편한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의 직업이다. 그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지금처럼 경쟁률이 낮아진 시기야말로 진짜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다.

  1. '칼퇴'라는 환상 뒤에 숨은 무한 책임 6시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는 이야기를 믿고 공무원이 됐다가, 산불이 나거나 폭설이 내리는 날 밤 12시에 비상소집 문자를 받는 순간의 배신감을 생각해보자. 공무원은 국가 시스템의 마지막 보루다. 재난이 터지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일반 회사는 '우리 팀이 바쁘다'는 이유로 일이 늘어난다. 하지만 공무원은 자연재해, 선거, 전염병처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삶이 좌우된다. 편하게 살고 싶어서 공무원을 선택했다면, 이 예측 불가능한 헌신을 요구받는 순간마다 상처를 받는다.
  2. 악성 민원, 사실은 사회의 아픔을 마주하는 일 민원인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할 때, 그 분노가 정말 여러분 개인을 향한 것일까? 대부분은 아니다. 그들은 살기 힘든 세상,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법과 제도에 대한 좌절을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은 그 화살이 꽂히는 과녁이 된 것뿐이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되 같이 아파하지 않듯, 공무원에게도 '타인의 감정을 내 자아와 분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건 냉정함이 아니라 전문성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시민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 그게 공무원이 하는 일의 본질이다.
  3. 조직이 경직된 이유는 '공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이유는 꼰대 문화 때문이 아니다. 내가 기분 좋다고 허가해주고, 기분 나쁘다고 거절하면 그건 공정하지 않다. 공무원의 결재 한 장은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행위다. 융통성을 발휘했다가 나중에 "왜 규정대로 안 했냐, 저 사람에게만 특혜 준 거 아니냐"는 감사를 받는다. 경직성은 답답함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공정함'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4. 순환보직, 매번 신입사원처럼 시작하는 삶 공무원은 보통 2~3년마다 부서를 옮긴다. 어제까지 교통을 담당하다가 오늘부터 복지를 맡는다.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선택했다면, 이 시스템이 가장 큰 좌절이 될 수 있다. 전문성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구조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넓게 경험하는 방식이다. 성장이 느리고, 내 역량을 키워서 몸값을 올리는 구조도 아니다. 이게 맞는 사람에게는 천국이지만,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지옥이 된다.
  5. 연금의 환상, 그리고 박봉의 현실 "연금 때문에 참는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연금 개혁으로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9급 1호봉 월급은 세전 200만 원 수준이다. 대기업 친구들이 20~30대에 화려한 소비를 할 때, 공무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버텨야 한다. 하지만 40대 후반부터는 호봉제 덕분에 가장 높은 소득 구간에 진입한다. 공무원은 '현재의 가난'을 담보로 '미래의 평온'을 사는 초장기 투자 상품 같은 직업이다. 당장의 현금이 중요한 사람보다는, 인생을 60세 이후까지 길게 보는 사람에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