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이 미리 알면 좋을 현실 직무 이해 - 심리상담사]
"친구들 고민 잘 들어주니까 상담사 해봐."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상담사는 단순히 "말 잘 듣고 공감 잘하는 착한 사람"의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환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심리상담사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남의 감정을 다 받아내다가 내 멘탈이 무너지는 거 아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진짜 현실은 어떨까? 심리상담사는 "착한 마음씨만 있으면 되는 직업"이 아니다. 높은 전문성, 긴 수련 기간, 경제적 투자, 지속적인 자기 관리가 필요한 고도의 전문직이다.
- 공감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기술'이다
친구 고민 잘 들어주는 것과 전문 상담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같이 울어주고 편들어주면 된다. 하지만 상담사는 내담자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그 마음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걸 '전문적 거리두기'라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면 같이 물에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상담사는 내담자의 고통을 이해하되 함께 빠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 대학원에서 수년간 이론과 실습을 통해 훈련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나는 공감을 잘해"라는 성격적 특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직업이다. 과학적 이론, 상담 기법, 윤리 규정을 체득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 상담사의 멘탈을 지키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럼 상담사는 힘들 때 누가 도와주나요?" 이 질문의 답이 바로 '수퍼비전'과 '자기 분석'이다.
수퍼비전은 상담사가 자신의 상담 내용을 더 경험 많은 선배 전문가에게 점검받는 과정이다. 돈을 내고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필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상담사는 자신이 놓친 부분을 발견하고 감정적 소진을 관리한다.
또한 상담사 자신도 심리상담을 받는다. 자신의 상처와 편견을 먼저 다루지 않으면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걸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도 부른다. 자신의 아픔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담사는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직업이 아니다. 전문적인 시스템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직업이다.
- 생각보다 긴 수련 기간과 높은 경제적 진입 장벽
대학교 4년 졸업하고 자격증 따면 취업될 거라는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제대로 된 상담사가 되려면 최소한 석사 학위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도 2~3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수련 기간에 오히려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수퍼비전 비용, 교육비, 학회비 등을 합치면 상담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큰 시기를 버텨야 한다. 의사처럼 수련 기간에 급여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또한 정규직 자리는 매우 제한적이다. 학교 전문상담교사나 공공기관 상담사는 경쟁이 치열하고, 많은 상담사가 센터 소속 프리랜서로 일한다. 상담 건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불안정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비밀보장 때문에 생기는 직업적 고립감
상담사는 윤리 규정상 내담자의 이야기를 절대 외부에 누설할 수 없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이나 친구에게 "오늘 이런 분이 오셨는데..."라고 털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타인의 가장 깊은 비밀과 고통을 다루지만, 그 무게를 혼자 (혹은 유료 수퍼비전을 통해서만) 감당해야 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동료들과 자유롭게 업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외로운 측면이 있다.
- 1시간 상담을 위한 보이지 않는 노동시간
상담은 50분 동안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면 끝나는 게 아니다. 수련 과정에서는 상담 내용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축어록'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게 5~6시간이 걸린다.
상담이 끝나면 다시 듣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고, 다음 회기를 준비하는 행정/연구 작업이 뒤따른다. 눈에 보이는 상담 시간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재하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