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은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동료를 지켜주는 약속이다
수행평가 제출 버튼을 누르기 직전,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끌다가 결국 마감을 놓쳐 자책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마감을 어기면 내 점수만 깎이고 끝난다. 그래서 "어차피 내 손해인데 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에서의 마감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내가 약속을 어기는 순간, 나를 기다리는 동료의 시간이 멈춰버린다. 마감은 단순히 점수를 지키는 규칙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가장 기본적인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마감 잘 지켜라"는 잔소리가 아니다. 왜 마감이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닌지, 그리고 마감 앞에서 어떻게 관점을 바꿀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 학교 마감과 회사 마감의 결정적 차이
학교에서는 내가 늦게 제출하면 내 성적만 깎인다. 선생님이 혼자 채점하는 거니까 내 문제로 끝난다. 하지만 회사는 거대한 이어달리기와 같다. 내가 기획안을 제시간에 넘기지 않으면, 그걸 받아서 디자인해야 하는 디자이너가 퇴근을 못 한다. 디자인이 늦어지면 개발자가 야근을 한다. 개발이 늦어지면 출시 일정이 밀린다. 한 사람의 1시간 지각이 열 사람의 저녁을 앗아간다. 마감을 지키는 것은 성실함의 증명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내 동료의 시간을 존중하는 배려다.
-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마감을 못 지키는 이유가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감이 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더 마감에 쫓긴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더 좋아질 텐데"라는 생각에 시간을 끌다가 결국 늦는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하다. 100점짜리를 늦게 내는 사람보다, 80점짜리를 제때 내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왜냐하면 80점짜리라도 제시간에 받아야 피드백을 주고 함께 수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혼자 끙끙대며 만드는 것보다, 부족해도 일단 내놓고 함께 개선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 늦을 것 같으면 미리 말하는 것도 능력이다
살다 보면 정말 불가피하게 마감을 못 지킬 상황이 온다. 이때 아마추어와 프로가 갈린다. 아마추어는 마감 직전까지 끙끙대다가 "죄송합니다, 못했습니다"라고 말하거나 아예 잠수를 탄다. 프로는 마감 며칠 전에 미리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서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부분 먼저 공유해도 될까요?"라고 협상을 시도한다. 마감을 어긴 것 자체보다, 동료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다. 미리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나쁜 소식은 최대한 빨리 전하는 게 프로의 방식이다.
- 마감은 종료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연결이다
많은 학생이 마감을 '끝'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마감은 끝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지점이다. 내가 기획안을 넘겨야 디자인이 시작되고, 디자인이 완료되어야 개발이 시작된다. 마감은 거대한 프로젝트의 한 구간일 뿐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끝내려는 강박보다는, 다음 사람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수행평가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채점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출하는 것, 그게 마감의 진짜 의미다.
- 지금부터 연습하는 시간 약속이 미래를 만든다
지금 수행평가 마감을 지키는 연습은, 훗날 직장에서 "저 사람과 일하면 마음이 편해"라는 최고의 평가를 받게 해줄 무기가 된다.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은 단순히 성실한 사람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시간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며,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결국 신뢰받고, 중요한 일을 맡게 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기억된다. 마감은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