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이 미리 알면 좋을 현실 직무 이해 - 교수]

"교수는 좋겠다. 방학도 길고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학생들 가르치고."

중고등학생들이 교수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모습이다. 긴 방학, 안정된 연구실, 존경받는 학자의 이미지.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교수의 하루를 쪼개 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보인다. 강의는 30%, 연구와 프로젝트 수주가 70%다. 교수는 대학이라는 큰 회사 안에 들어와 있지만, 연구실 단위로 보면 '제한된 룰 안에서 움직이는 1인 기업가'에 가깝다. 학생들 눈에 잡히는 건 겉모습일 뿐이다. 나머지 70%는 학생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벌어진다.

  1. 방학은 휴가가 아니라 연구 집중 시간이다 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할 때, 교수는 '비강의 기간'에 들어선다. 이 시간은 휴가가 아니다. 학기 중에는 강의 준비, 수업, 학생 상담, 행정 업무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밀린 논문을 쓰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새로운 연구를 위한 실험을 설계하거나 자료를 수집한다. 다음 학기나 다음 해에 필요한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한다. 실제로 한 교수는 겨울방학 동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며 연구와 다음 학기 강의 준비, 대학원생 지도, 학과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 학생들의 방학이 '재충전'이라면, 교수의 방학은 '핵심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집중 근무' 기간에 가깝다.
  2. 논문 실적이 교수 생명을 결정한다 교수도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교육, 연구, 봉사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교수의 본질적인 성과는 바로 '연구 실적'이다. 교수 사회를 상징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Publish or Perish(출판하거나 혹은 사라지거나)".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지 못하면, 학자로서의 생명력이 다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심지어 정년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교수의 '상품'은 논문이다. 교수는 지식을 '소비'하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신상품'이 전 세계 다른 학자들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실적'이 된다. 논문의 수와 질, 그리고 다른 연구자들이 얼마나 많이 인용했는지가 교수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3. 연구실은 하나의 작은 벤처 기업이다 교수는 '연구실'이라는 작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다. 이 연구실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인건비, 고가의 실험 장비, 재료비 등. 이 돈은 대학에서 다 주지 않는다. 교수가 직접 정부나 기업에 "우리는 이런 멋진 연구를 할 테니 연구비를 지원해달라"고 제안서를 써서 경쟁을 통해 따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 수주'이며, '영업'이나 '투자 유치'와 본질적으로 같다. 연구비가 없으면 학생이나 설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교수들이 프로젝트 수주에 사활을 건다.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월급을 받고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팀원'이자, 동시에 교수가 가르치고 성장시켜야 하는 '제자'다. 교수는 이 팀을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하는 '관리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4. 강의와 연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 흔히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가 강의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요소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의 강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대학들이 교수에게 요구하는 연구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우수 연구자들이 의무적으로 배정된 강의를 부담스러워하고 연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강의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있다. 교수는 한 명이지만 실제론 강사, 연구자, 영업 담당, 중간관리자, 상담교사 역할을 한 몸에 안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매우 어렵다.
  5. 이 구조를 알고도 설렌다면 진짜 꿈이다 교수라는 직업의 현실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교수가 '상아탑에 갇힌 학자'가 아니라, 자신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과 부딪히며 증명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님'을 넘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그 가치를 세상에 '증명'하며,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어쩌면 가장 역동적인 '1인 기업가'일지도 모른다. 이 구조를 알고도 여전히 설렌다면, 그때는 진짜로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반대로 이 구조를 듣고 마음이 무겁다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학문과 지식을 사랑하는 길을 찾으면 되겠구나"라고 이해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