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덕질' 경험이 20대 '직무 역량'이 되는 의외의 과정
"또 그거 보고 있어?" "공부는 안 하고 맨날 그것만 해?" 부모님께 이런 소리 들어본 적 있다. 아마 대부분의 덕후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가끔 생각한다. "나 지금 이래도 되나? 시간 낭비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게 뭔지 아나? 바로 '자발적으로 몰입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시키는 것만 하다가 온 사람들. 스스로 뭔가에 빠져서 밤새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
덕질은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치열하게 뭔가를 실행해 본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 생일 카페 한 번 기획해 봤다면, 이미 프로젝트 관리를 경험한 것이다
최애 생일 카페 이벤트, 컵홀더 제작, 공동구매 진행. 이런 거 한 번이라도 주도해 본 적 있다면 축하한다. 이미 작은 스타트업을 굴려본 거나 마찬가지다.
예산 모으고, 업체 알아보고, 특전 제작하고, 날짜 조율하고, 참가자 관리하고, 배송 트러블 생기면 수습하고. 이게 다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 관리'다. 목표 설정하고, 일정 짜고, 리소스 관리하고, 문제 생기면 빠르게 대응하는 것. 덕질하면서 이미 다 해본 것이다.
회사 가면 "이번 캠페인 기획서 짜봐" "행사 운영 계획 세워봐" 이런 요청을 받는다. 이때 덕질로 비슷한 구조를 여러 번 돌려본 사람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엑셀, 노션, 구글폼, 단톡방 공지 이런 거 이미 익숙하니까.
- 최애 정보 찾아 해매다 보면 리서치 능력이 생긴다
트위터, 인스타, 유튜브, 해외 팬계정, 커뮤니티. 여기저기 뒤져서 최신 정보 찾아내는 거 익숙하다. 어떤 게 공식이고, 어떤 게 루머인지 구분하는 것도 이제 감이 온다. 낚시 계정, 거짓 정보 걸러내는 능력도 생겼다.
이게 바로 회사에서 말하는 '정보 수집과 검증 능력'이다. 시장조사 하라고 하면, 자료 어디서 찾아오는지, 출처가 믿을 만한지, 최신 정보가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덕질하면서 이미 이 감각을 익혔다.
"자료 어디서 이렇게 잘 찾아와?" "출처 검증을 꼼꼼히 했네." 나중에 회사에서 이런 평가 들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짜를 건져내는 습관. 이게 덕질의 부산물이다.
- 편집 영상 하나 만들어 봤다면 콘텐츠 제작 경험이 있는 것이다
입덕 영상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최애 사진 보정해서 트위터에 공유하고, 팬아트 그리고, 팬픽 쓰고. 이런 거 해봤다면 이미 '콘텐츠 제작자'다.
어떻게 올려야 반응이 좋을까, 어떤 썸네일이 클릭을 부를까, 어떤 문장이 공감을 살까. 이런 고민하면서 올리고, 반응 보고, 또 수정하고. 이게 다 디지털 마케팅의 기본이다.
실제로 이 경험을 살려서 영상 편집자, SNS 매니저, 커뮤니티 운영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 많다. "팬질하면서 만든 계정이요"라고 포트폴리오로 내밀 수 있다면, 그게 이미 경력이다.
- 팬덤 안에서 역할 맡아봤다면 협업 경험이 있는 것이다
팬덤 안에는 자연스럽게 역할이 생긴다. 정보 정리하는 사람, 짤 만드는 사람, 영상 편집하는 사람, 공지 올리는 사람, 굿즈 제작 담당, 입금 관리하는 사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분업이 일어난다.
이게 회사에서 말하는 '협업'이다. 각자 잘하는 걸 맡아서 하고, 서로 도와주고, 문제 생기면 같이 해결한다. 팬덤 내 갈등(줄 서기 논쟁, 스포 문제, 공구 사고 같은 거) 수습해 본 경험은 나중에 팀 내 의견 충돌 조정할 때 진짜 도움 된다.
회사 가면 "저 사람 혼자 일 잘해도 팀워크가 안 돼"라는 평가 받는 사람 있다. 덕질로 이미 여러 사람과 뭔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런 평가는 받지 않는다.
- 팬덤 분위기 읽는 감각이 고객 이해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컨셉 왜 반응이 좋은지, 어느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흥분하거나 실망하는지. 댓글, 밈, 반응 속도만 봐도 팬덤 분위기가 읽힌다. 이 감각 있다.
이게 회사에서 말하는 '소셜 리스닝', '고객 인사이트'다. 타겟이 뭘 좋아하는지, 어디서 불만이 생기는지, 트렌드가 어디로 가는지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 마케팅, 서비스 기획, 제품 개발 어디서든 필요한 역량이다.
10대 때는 "팬덤 눈치 보는 습관"처럼 느껴지지만, 20대 가면 "타겟의 마음을 빠르게 읽고 설명하는 능력"이 되어 회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