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모든 경험은 단 하나의 질문에 갇힌다. "이게 입시에 도움이 될까?"
성적표에 반영되지 않는 경험은 '쓸모없는 것', 심지어 '시간 낭비'로 치부된다. 하지만 10년 뒤 사회에서 당신을 구하는 건 생기부 1등급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동되는 과거의 경험들이다.
지금 쓸모없어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그 경험이 필요한 순간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앞서 달려가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거나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불안할 수 있다. 특히 그 경험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상처는 더욱 깊다.
하지만 기억하자. 10년 뒤 사회에서 빛나는 사람들은 완벽한 성공담만 가진 사람이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점'들을 연결해 특별한 '선'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 경험은 '점'으로 쌓이고 '선'으로 연결된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한 뒤 캘리그래피 수업을 청강했다. 당시 그 수업은 취업에도, 돈 버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뒤, 첫 매킨토시 컴퓨터를 설계할 때 그 경험이 떠올랐고, 세계 최초로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컴퓨터가 탄생했다. 그는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을 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다. 오직 뒤를 돌아볼 때만 연결된다." 지금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은 그저 '점'을 찍는 과정이다. 뜬금없이 빠졌던 마이너한 음악 취향, 친구들과 밤새 만들었던 영상, 별생각 없이 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이 점들은 10년 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 경험은 형태를 바꿔서 작동한다
사회생활에서 경험은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대신 '전이 스킬'이라는 형태로 변환된다. 술집 아르바이트에서 배운 것은 단순히 주문받기가 아니다. 짜증난 손님을 응대하며 갈등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는 법을 배운다. 이 능력은 10년 뒤 고객 컴플레인 처리, 팀 내 갈등 조정, 협상 테이블에서 발휘된다. 힘들었던 조별 과제는 '무임승차자와 일하는 법', '의견 충돌을 조율하는 법', '마감 압박 속에서 결과물을 내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는 직장에서 프로젝트팀 협업의 핵심 역량이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겪은 과정은 이타성과 참여적 태도를 키우고, 이는 조직 내에서 협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기초가 된다.
- 실패와 상처가 가장 비싼 데이터다
우리는 실패한 경험을 가장 고통스러워하고 숨기려 한다. 야심 차게 도전했다가 망신만 당한 동아리 활동, 친구와의 심각한 갈등,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 하지만 '성공'은 "내가 이렇게 하니 되더라"는 하나의 공식만 알려주지만, '실패'는 "왜 안되는지"와 "나는 이럴 때 무너지는지"를 알려준다. 심리학에서는 큰 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오히려 이전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이 변화하는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이 있다. 고통스러운 실패의 경험은 '나는 이게 안 맞는구나', '나는 이런 상황에 유독 약하구나'를 알려주는 가장 비싸고 정확한 자기 이해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10년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길을 찾아낸다.
- 다양성이 차별성을 만든다
한 창업교육 전문가는 20대에 창업 경험을 쌓으며 동시에 영어 공부,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등 겉보기에 산만해 보이는 활동들을 했다. 하지만 30대가 되자 이 모든 경험이 결합되어 "창업교육 전문가"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었고,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전문성은 한 가지만 파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의 조합이 당신만의 차별성을 만든다. 모두가 비슷한 성공 경험을 가질 때, 나만이 가진 쓸모없어 보이던 경험의 연결고리가 바로 '대체 불가능한 나'를 증명하는 이야기가 된다.
- 간접 경험도 무기가 된다
직접 해보지 않은 일도 역량이 된다. 부모님의 자영업을 지켜본 경험, 친구의 갈등을 중재한 경험, 동아리에서 예산을 관리한 경험 모두 고객 응대 능력, 리더십, 재무 감각으로 전환된다. 실제로 한 학생은 대학 시절 경험이 부족해 자기소개서에 고등학교 때 영어 성적을 4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린 경험을 썼고, 이를 '끈기'와 '성장 가능성'으로 연결해 대기업에 합격했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크기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