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에게 '인맥'이라는 단어는 때로 억울하게 들린다. "결국 연줄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 아냐?" "나는 내성적이라 인맥 같은 건 자신 없는데..."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인맥'의 진짜 의미를 알면, 생각보다 공정한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인맥은 '부탁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신뢰할 사람'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지금 여러분이 있는 자리에서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 신뢰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에게 생긴다
'신뢰'라고 하면 비밀을 잘 지키고 의리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의 세계에서 말하는 신뢰는 조금 다르다. 그건 바로 '예측 가능성'과 '책임감'이다.
학교 모둠 과제를 떠올려보자. 함께 과제하고 싶은 사람은 인기 많고 재미있는 친구일까, 아니면 조용하더라도 자기 파트는 확실하게 해오는 친구일까. 대부분 후자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적어도 자기 몫은 확실히 해내는 사람이다"라는 평판이 쌓여서 신뢰가 만들어진다.
지금 당장 친구가 많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여러분이 지금 있는 곳에서 '내 몫을 확실히 해내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쌓아가는 것. 그게 가장 강력한 첫 번째 인맥이 된다.
- 계산된 관계는 결국 무너진다
한국 사회에서 혈연, 지연, 학연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현실이 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목적을 품고 계산적으로 맺은 관계는 결국 서열과 힘의 논리 속에서 무너진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도움은 곧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정확히 이 상황을 설명한다.
진짜 인맥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 지속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는 언젠가 끝난다. 그래서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치,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건강한 인맥의 출발점이다.
- '부탁'이 아니라 '기회'가 먼저 온다
인맥을 '부탁할 사람'으로 오해하면 불편하다. 내가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작동한다.
누군가를 신뢰하게 되면,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좋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네가 딱 맞는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이게 진짜 인맥의 작동 방식이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제안하는 건 부탁이 아니라 그 사람을 추천하는 '모험'에 가깝다.
내가 추천했는데 그 사람이 엉망으로 일처리를 하면 나의 신뢰도까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확실하게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연결해준다. 인맥은 내가 필요할 때 써먹는 찬스가 아니라, "저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다.
- 최고의 인맥 관리는 '나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인맥 관리'라고 하면 명절 선물 보내기, 억지 술자리 가기 같은 걸 떠올린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는다. "나는 저런 거 못하는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잊지 말자. 관계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나 자신은 실력도 없고 태도도 엉망인데, 안부 문자만 열심히 보낸다고 누가 나를 신뢰할까. 박진영이 "인맥 쌓는 데 시간과 돈을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투자하라"고 말한 이유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괜찮다. 시끄러운 모임에 나가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고 약속을 지키고 함께 일할 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조용한 그 사람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여러분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곁에 모인다.
- 깊이 있는 관계 몇 개면 충분하다
명함을 많이 모으는 게 인맥일까. JYP 박진영은 "진심으로 이해하는 관계 몇 개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깊은 관계는 "피상적인 인맥 백 개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며, "서로의 가치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소수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제대로 된 인맥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형성되는데, 이건 "협업을 하게 되든,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기든, 문제 해결을 도와주든" 서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긴다. 즉, 신뢰는 거창한 배경이나 일방적 부탁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인다.
학교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 봉사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 이게 진짜 인맥을 형성하는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