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문학적 재능이 아니라 생각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글짓기 싫어서 이과 갔어요." 이런 말 들어봤을 것이다. 백일장, 감상문, 논술 앞에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학생들이 많다. 마치 나의 감수성과 지적 능력이 평가받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는 학교 논술과 전혀 다르다. 사회생활의 8할이 글쓰기인 건 맞다. 하지만 그건 감동적인 문장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증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명료한 한 줄이 힘을 갖는 세계다. 화려한 글이 아니라 읽기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환영받는다. 지금 글쓰기가 두렵다면 멋진 문장을 쓰려는 욕심을 버리자. 대신 "이 내용, 3줄로 요약하면 뭐지?"라고 자문해보는 습관부터 시작하자.

  1. 학교는 채우는 글쓰기, 사회는 버리는 글쓰기다 학교 글쓰기는 분량 채우기 싸움이다. 최소 1,000자 이상,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증명하기 위해 문장을 길게 늘이고 어려운 단어를 쓴다. 하지만 사회는 정반대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한 줄로 요약해봐." 직장 상사와 동료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사회에서 글을 잘 쓴다는 건,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상대방이 1분 걸려 읽을 내용을 10초 만에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뜻한다. 글쓰기는 남의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 정신의 영역이다. 1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쓰는 능력보다, 그 내용을 3줄로 요약해서 메일로 명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훨씬 고평가받는다.
  2. 기록되지 않은 것은 행하지 않은 것이다 "말주변이 좋아서 말로 하면 편한데, 글로 쓰라면 못하겠어요." 하지만 사회는 냉정하게도 기록되지 않은 것은 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만 글은 남는다. 업무 지시, 회의록, 이메일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증거가 된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라는 상황이다. 글로 남겨두는 습관은 억울한 책임을 피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보험이다. 내가 자리에 없을 때도 나의 이메일과 기획서는 나를 대신해 상사를 설득하고 거래처와 대화한다. 글이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24시간 내내 같은 말을 반복 설명해야 하는 지옥에 갇힌다.
  3. 글이 안 써지는 건 생각 정리가 덜 됐기 때문이다 글이 안 써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글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 정리가 덜 됐기 때문이다. 머릿속 아이디어는 뜬구름처럼 몽환적이다. 이걸 글로 적어내려갈 때 비로소 논리의 빈틈이 보이고 구체화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글을 써야만 비로소 생각이 완성된다. 사회에서 글쓰기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문장력을 보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고 논리적으로 구조화했는가"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여 상대방의 뇌 용량을 아껴주는 사람이 진짜 명필이다.
  4. AI 시대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핵심이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데 굳이 배워야 하나?" 타당한 질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 때문에 글쓰기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백지에서 문장을 짜내는 고통보다, AI가 생성한 초안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팩트가 맞는지, 우리 회사 톤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 AI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얻으려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명령어로 구조화해야 한다. 머릿속 엉킨 생각을 명료한 텍스트로 풀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AI 도구가 있어도 활용할 수 없다. 명령하는 글쓰기가 새로운 권력이 된다.
  5. 명문가가 되려 하지 말고 친절한 설명가가 되자 수행평가 과제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다 자책한 적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부담감을 내려놔도 된다. 사회생활 글쓰기의 제1원칙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것이다. 어려운 전문 용어, 현란한 비유는 필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정보를 맨 앞에 두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초고는 원래 쓰레기다. 헤밍웨이조차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다 한 줄도 못 쓴다. 잘 쓰는 사람은 일단 엉망으로 써놓고 고치는 사람이다. 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수정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