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예쁜 걸 만들고 싶어요", "제 감각을 표현하고 싶어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이 말들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의 디자이너 일은 이것과 많이 다르다. 실무 디자이너에게 물어보면 답이 달라진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게 제일 어려워요", "수정이 많은 건 제 감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해서예요", "설득하는 게 그리는 것만큼 중요해요". 이 차이가 무엇을 말하는가.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라 문제 해결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다. 클라이언트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 감각은 재능이 아니라 논리다 많은 학생이 감각을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업에서 요구하는 감각은 미적 센스와 다르다. 왜 이 버튼이 여기 있어야 하는지, 왜 이 색상이 신뢰를 주는지, 왜 이 글꼴이 잘 읽히는지는 모두 배울 수 있는 논리와 원칙이다. 감각은 "그냥 예뻐서요"가 아니라 "이용자 동선을 고려해 버튼을 오른쪽에 두었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이 색상을 사용했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감각은 프로의 무기가 된다. 감각은 공부하고 훈련하며 쌓아 올리는 것이다.
  2. 클라이언트는 자기가 원하는 걸 모른다 디자이너가 처음 하는 일은 그리기가 아니라 질문하기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모던하고 세련되고 젊은 느낌"이라는 요청은 10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로고를 더 크게 키워주세요"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로고가 눈에 잘 띄었으면 좋겠어요"일 수 있다. 프로 디자이너는 이 모호함을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변환하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가 말하는 해결책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진짜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능력이 미적 감각보다 경력을 훨씬 빠르게 쌓게 한다.
  3. 수정의 대부분은 감각 부족이 아니다 신입 디자이너는 거절된 디자인을 보고 "내 감각이 부족한가"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경험 많은 디자이너는 안다. 대부분의 수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간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이를 피하려면 미적 감각이 아니라 듣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 가정을 확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초반에 충분히 질문하고 이해를 확인하는 시간이 나중에 수정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결국 시간을 버리는 건 완벽한 감각이 아니라 잘못된 이해다.
  4. 소통은 번역이다 클라이언트가 "뭔가 좀 더 고급스럽게요"라고 말할 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차분한 색상인지, 여백의 활용인지, 명조체 글꼴인지. 클라이언트의 추상적인 언어를 구체적인 디자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소통 능력이다. 이때 전문용어를 쓰면 안 된다. 클라이언트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한다. 간단한 스케치나 참고 이미지 같은 시각 자료를 활용하면 서로의 생각을 명확히 하고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말보다 그림으로 대화하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유리하다.
  5. 소통은 설득이다 클라이언트가 A안을 원하지만 디자이너인 당신이 볼 때 B안이 목표 달성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이때 왜 B안이 더 나은지 어떤 논리적 근거로 뒷받침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진짜 소통이다. 좋은 디자인을 만들었더라도 클라이언트나 팀을 설득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디자인은 결국 설득의 과정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게 좋은 소통이 아니다. 전문가로서 디자인 프로세스를 주도하고 왜 이러한 디자인이 최선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말 잘 듣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도와주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6.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파트너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이유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사업적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 달성을 돕는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클라이언트의 사업 분야, 경쟁사, 업계 용어를 미리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주고 단순한 작업자가 아닌 사업적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미적 감각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성공적인 디자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