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멋진 건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수십 가지 제약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건축가는 항상 멋있다. 넓은 사무실에서 스케치하고, 건축주 앞에서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나도 멋진 건물 디자인하고 싶어"라며 건축가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의 건축가는 드라마 속 모습과 꽤 다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실을 알면, 건축가라는 직업이 왜 더 멋진지 이해하게 된다.

  1. 건축가의 하루는 '그리기'보다 '조율'에 가깝다 많은 학생이 건축가를 예술가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업무 시간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하루의 대부분은 법규 검토, 예산 조정, 구조 엔지니어와의 회의, 시공사와의 협의, 인허가 서류 작성에 쓰인다. 건축법, 소방법, 장애인편의증진법 등 수십 가지 법령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건축주가 원하는 디자인도 반영해야 하고, 예산도 맞춰야 한다. 멋진 스케치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후에야 현실이 된다. 창의적 디자인은 제약 조건 안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어떤 건축가는 이걸 "문제해결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2. 하나의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평균 3-5년이 걸린다 스케치에서 준공까지 몇 년이 흐른다. 설계 단계만 해도 기본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로 나뉘고, 각 단계마다 수십 번의 수정이 일어난다. 착공 후에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설계를 다시 바꿔야 한다.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완성되는 순간을 보기까지 긴 호흡으로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성과를 원한다면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자신이 그린 도면이 실제 건물로 서 있는 걸 볼 때, 그 순간의 보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3. 건축사 자격증이 없으면 법적으로 설계할 수 없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 경력을 쌓아도,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법적으로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다. 합격률은 8% 전후로 쉽지 않다. 5년제 건축학 전문학위 과정을 이수해야 응시 자격이 생긴다. 자격증 없이 일하는 경우 '설계사무소 직원'으로 분류되며, 독립적으로 건축 설계를 진행할 수 없다. 건축가를 꿈꾼다면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걸 미리 알아두자.
  4. 법규와 예산은 창의성을 막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법규와 예산을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이 둘은 '좋은 건축'을 위한 필수 재료다. 법규가 없다면 어떤 사람은 자기 땅에 햇빛을 독차지하려고 옆집 창문을 전부 가리는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 멋지게만 보이고 금방 무너질 위험한 건물이 생길 수도 있다. 건축 법규는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고, 모두의 쾌적함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돈이 무한하다면 누구나 최고급 재료로 화려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 가장 아름다운 공간, 가장 합리적인 재료를 선택하는 게 건축가의 진짜 실력이다. 비싼 재료를 쓴 건물이 아니라,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낸 건물이 진짜 멋진 건물이다.
  5. 혼자서는 절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건축가는 구조 엔지니어, 설비 엔지니어, 조경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공사와 협업한다. 자신의 디자인이 완벽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수정해야 한다. 건축주가 예산을 줄이자고 하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건축가는 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 소통 능력과 협상력이 디자인 감각만큼 중요하다. 팀 작업을 싫어한다면 어려운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