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에게 선생님은 가장 가까운 '어른의 직업' 중 하나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선생님을 꿈꾼다. 안정적이고, 방학도 길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의미 있어 보인다.
그런데 교실에서 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사실 빙산의 수면 위에 드러난 작은 부분일 뿐이다. 수면 아래에는 학생 지도와 행정 업무라는 거대한 영역이 숨어 있다.
만약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다면, 방학과 안정성만 보지 말고 이 모든 현실도 함께 바라보자. 수십 명의 사람과 감정적으로 교류하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행정 업무를 견딜 수 있는지.
- 선생님은 한 반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십 명의 삶을 동시에 돌본다
교실에서 선생님은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보고, 가끔 혼을 내기도 한다. 학생들 눈에는 그게 전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생님이 실제로 마주하는 건 훨씬 더 복잡하다.
한 반에 30명이 있다면, 선생님은 그 30명 각자의 성격, 학습 방식, 가정환경, 친구 관계를 모두 파악하려 애쓴다. 어떤 학생이 갑자기 무기력해 보인다면, 그게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나 친구 문제 때문일 수 있다. 선생님은 그걸 알아채려 노력한다.
그리고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도 관계를 맺어야 한다. 한 반 30명이면, 학부모까지 합쳐 60명 이상의 사람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 다른 기대와 교육관을 가진 60명. 교사의 99%가 스스로를 '감정노동자'라고 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수업보다 많은 시간을 '서류'와 씨름한다
선생님의 방학이 부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국 교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2시간이다. 이 중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이 주당 7시간 이상이다.
행정 업무가 뭐냐고?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각종 공문 처리, 학교 행사 기획, 돌봄교실 운영 관리, 성적 처리, 생활기록부 작성, 각종 보고서 작성. 끝이 없다.
지난 10년간 이 행정 업무는 26%나 증가했다. 그만큼 수업 준비와 학생 상담에 쓸 시간은 줄어들었다. 선생님이 "나중에 와"라고 했을 때, 그건 학생의 질문이 귀찮아서가 아니다. 오늘 오후 3시까지 마감인 보고서와 씨름하고 있었거나, 방금 터진 다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 방학은 '쉬는 기간'이 아니라 '학생이 없는 근무 기간'이다
"선생님은 방학이 길어서 좋겠다"는 말. 많은 선생님이 이 말을 들으면 복잡한 심경이 된다. 왜냐하면 방학은 법적으로 '휴무'가 아니라 '휴업'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등교하지 않을 뿐, 선생님에게는 여전히 근무 의무가 있다.
방학 중에도 선생님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의무 연수를 듣고,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가려면 일반 직장인처럼 연가를 따로 써야 한다.
방학은 학생들이 없는 시간일 뿐, 선생님에게는 학기 중에 미뤄뒀던 일을 몰아서 하는 시간이다.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 생활지도는 '혼내기'가 아니라 '균형 잡기'다
교사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업무가 뭔지 아는가? 생활지도다. 46.5%의 교사가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생을 혼내는 것도 쉽지 않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훈육이고, 어디서부터가 과한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잘못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학생을 대할 때 항상 조심스럽다. 어떤 학생이 문제 행동을 했을 때, 그걸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학부모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다른 학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든 걸 고려해야 한다.
만약 선생님이 당신에게 크게 화를 냈다면, 그건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 행동이 교실 전체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그 순간 다른 10명의 학생에게서 온 긴급한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