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이 미리 알면 좋을 현실 직무 이해 - 마케터]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증명'하는 사람이다
많은 학생들이 마케터를 떠올릴 때 톡톡 튀는 광고 카피를 쓰고, 바이럴 영상을 기획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면 하루 종일 엑셀과 씨름하고, 매출 목표에 쫓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괴리는 마케팅을 '창작'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진짜 마케터의 일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그 아이디어가 '왜 돈이 되는지'를 증명하는 것에 가깝다.
- 아이디어는 값싸다, 근거가 비싸다
회사에서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 재료다. 중요한 건 "이 아이디어로 얼마의 매출이 나올까?"를 설명하는 능력이다.
마케터는 회사의 돈을 쓰는 사람이다. 남의 돈으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제안에는 '숫자'라는 담보가 필요하다. 창의력보다 중요한 건 "이 돈을 썼을 때 손해 보지 않는다"는 논리를 만드는 힘이다.
신입들이 가장 먼저 겪는 좌절이 여기서 온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근거가 없어서' 반려되는 순간 말이다.
- 엑셀은 고객의 발자국을 읽는 번역기다
"문과라서 수학 싫어서 마케팅 왔는데 왜 데이터를 보나요?" 이렇게 고민하는 현직자들이 많다. 하지만 엑셀 속 숫자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다.
매출 데이터, 클릭률, 체류 시간... 이 모든 숫자는 고객이 남긴 흔적이다. 고객이 왜 여기서 나갔는지, 왜 이 버튼을 눌렀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이다.
이 숫자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엑셀과의 씨름은 지루한 사무 업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 매출 압박은 성장을 책임지는 무게다
"이번 달 목표 달성 못 하면 어쩌지?" 이 압박감은 마케터의 숙명이다. 때로는 자존감을 갉아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무게의 본질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가 제품을 만들고, 디자이너가 포장을 해도, 마케터가 팔지 못하면 그 제품은 세상에 없는 것과 같다. 매출 압박은 곧 이 회사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는 증거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이 무게는 "더 많이 팔아야 해"라는 강박이 아니라,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닿게 하겠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 내부 설득이 외부 설득보다 어렵다
학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마케터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때로는 우리 팀 팀장이나 옆 부서 개발자일 수 있다.
아무리 고객을 감동시킬 아이디어가 있어도, 예산을 쥔 재무팀과 기능을 구현할 개발팀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아이디어는 휴지 조각이 된다.
마케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본인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지 않더라도, 모든 부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조율해야 한다. 화려한 말솜씨보다 타 부서의 고충을 이해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협상력'과 '공감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 창의성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이다
마케터를 '화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큐레이터'이자 '투자가'에 가깝다.
자신의 취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고, 회사의 자원을 투자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예술적 영감보다는 주어진 예산과 시간, 매출 목표라는 제약 안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A, B, C 방법으로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D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마케터다.
- '내 취향'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콘텐츠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 '읽는 사람이 반응하는 글'이 훨씬 중요하다.
마케터는 자기 가치관과 다른 사람도 이해하려고 매일 노력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보다, '솔직히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태도가 더 큰 힘이 된다.
마케터는 결국 세상을 자기 취향으로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번역해 회사와 이어주는 사람이다.